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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봄날은 간다-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멜로 영화

by 오갱e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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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버스와 여자는 잡는 게 아니야

상우(유지태)는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 라디오 PD 은수(이영애)를 만난다. 둘은 같은 일을 하던 중 친해지는데 은수는 상우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명대사를 던지며 상우와 가까워진다. 둘은 쉽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의 깊은 사랑으로 겨울이 지나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은수에게 깊게 빠진 상우는 은수와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가려는 생각이었지만, 은수는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고 두려웠다. 은수는 이 관계가 이대로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둘은 미래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결국 은수는 상우에게 단호하게 이별을 이야기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우는 술에 취해 은수의 집에 찾아가기도 하고 은수의 차를 긁는 복수를 하기도 한다. 괴로워하는 상우에게 치매 걸린 할머니는 떠나간 버스와 여자는 잡는 게 아니야 라며 손자를 위로해 준다. 할머니의 장례를 끝내고 시간이 지나 마음 정리를 끝낸 상우에게 아무렇지 않게 만나자는 은수의 연락이 온다. 상우와 은수는 만나서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둘은 벚꽃길을 걷는다. 은수는 상우에게 다시 만나자는 의미의 말을 넌지시 꺼내보지만 상우는 은수에게 받은 선물을 돌려주고 은수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둘은 서로 다른 방향의 길을 걸으며 봄날은 지나간다. 

뜨거운 상우와 차가운 은수

영화 봄날이간다는 뜨거워진 사랑이 은수의 변덕으로 인해 다시 차갑게 식어가고 이별하는 과정을 꽤나 섬세하게 표현한다. 깊은 사랑과 은수에게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뜨거운 감정의 상우와 차가운 감정의 은수는 갑작스럽게 불이 붙지만 이내 은수는 본인 감정처럼 깊고 뜨거워지길 바라는 상우를 버거워한다. 은수는 이미 이혼이라는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기 두려워 깊은 사랑을 피한다. 은수는 그녀 자신이 받을 상처가 염려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우와 은수 둘 중 사람마다 공감하는 캐릭터가 다를 것이다. 상우를 공감하는 사람은 상처받은 상우의 감정에 감정 이입하며 그를 안쓰러워할 것이며, 은수를 공감하는 사람은 상우의 현실과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 사랑보다 현실을 택한 은수의 결정에 공감할 것이다. 은수는 그녀의 현실이 더 중요하기에 상우가 받을 상처와 그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고 그에게 단호하게 헤어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어릴 때에는 이유가 어떻든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술에 취해 은수의 집에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상우가 이해되지 않았고, 상우의 행동들이 모두 불편하게 느껴졌다. 시간을 두고 어른이 되고 보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고통스러워하는 상우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 그만큼 나 스스로의 경험이 상우에게 투영하여 감정 이입되는 것 같다. 물론 상우의 잘 못된 행동은 성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상우는 그 아픔을 통해 이겨내고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다. 상우는 후회 없이 사랑했고 은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기에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준비하고 봄을 맞이한다.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호하다. 일부 덜어내어 무게를 재 볼 수도 없다.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상대방과 비교해 볼 수도 없고 크기를 따져 볼 수도 없지만, 사랑에 상처받을까 봐 나 자신의 마음의 크기를 절제하며 두려워하며 가벼운 연애만 한다면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때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오르는 감정에 혼란을 느끼며 진실하게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릴 것이다. 본인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여 후회 없이 표현하고 사랑하자. 

20년 전의 젊은 유지태와 이영애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유지태로 인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봄날이간다는 관람 내내 잔잔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이영애와 유지태의 연기가 더해지면 먹먹하고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봄날이 간다를 통해 이영애는 배우로서 이미지를 다져가기 시작했고, 2년 뒤 대장금을 통해 절정을 찍고 스타가 되었다. 유지태는 이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 올드보이를 찍었다. 20년 전의 젊은 이영애는 수수하고 아름다우며 유지태는 멋지다. 두 대배우의 촌스럽지 않은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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